PIXEL FOREST


OUT OF INDEX (Experimental game festival) 2018 Space Design
2018.10.20. Seoul l PLANO architects & associates





건축과 게임의 만남

게임페스티벌을 위한 공간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수많은 게임 속 공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상현실에 버금가는 공간을 상상하며 잠깐 들떴지만, 곧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현장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예산은 부스 칸막이만 설치하기에도 빠듯한 금액이었다. 가상현실은커녕, 현실적으로 전시 가능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도 불확실해 보였다. 실험 게임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간, 그것은 우리에게도 실험이었다. 





서울 혁신파크 상상청 느티나무 홀

우리의 주요 업무는 선정된 게임의 특성이 담긴 부스 6개를 만드는 일이었다. 부족한 시간과 예산으로 서로 다른 6개의 공간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공정시간과 금액을 절약할 수 있는 요소를 현장에서 최대한 찾아보기로 했다. 현장은 공용 홀로 사용 중인 100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느티나무홀'이라는 이름에 맞게 한쪽 창문 너머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었다. 양쪽 벽면으로는 모두 통창이 나 있어 채광이 좋았다. 바닥은 회색 타일 마감, 천장은 진회색 격자 철망으로 마감된 무채색 공간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천장 가운데 부분을 가로지르는 나무루버는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재료와 구축방식

전시 공간 계획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가벽이었다. 가벽의 가장 큰 역할은 공간 구획이지만, 그 자체로 전시 보드가 되기도 하고, 가구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재료(철망과 나무)가 섞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가벽이 또 다른 이질적 요소가 아니었으면 했다. 철망과 나무의 접점이었으면 했다. 

우리는 그 접점을 재료와 구축 방식에서 찾았다. 45x45mm 각재(정재각목)를 철망에 끼워 가벽을 세우기로 했다. 50mm 정사각 격자 철망에 각재를 끼우면 바닥에 별도로 고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벽체가 가능해진다. 설치와 철거도 용이하다. 각재로 만든 루버 벽은 관람객의 시선이 막히지 않는 공간을 원했던 OUT OF INDEX (이하 OOI) 측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졌다. 








PIXEL을 연상시키는 천장 철망에 각재(45mm)가 딱 맞게 끼워졌다. 까다로운 시공법 없이도 설치와 철거가 용이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끼워진 각재로 루버 벽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빛과 바람, 사람들의 시선이 흘렀다. PIXEL이 만들어 낸 숲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PIXEL FOREST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개당 3천 원이 안 되는 각재 600개로 부스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만들었다. 각 게임 부스마다 필요한 가구나 오브제도 각재를 이용해 서로 끼워 고정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Pixel Forest

이렇게 완성된 공간은 햇빛을 받아 더욱 드라마틱 해졌다. 루버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햇빛과 그림자는 시시각각 변하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기존에 이질감을 주었던 천장 루버도 각재 벽과 어우러져 마치 함께 계획된 것처럼 보였다. 













OUT OF INDEX   x   PLANO Architects   Collaboration


플라노와 OOI 운영진은 선정된 게임을 직접 해보며 각 게임 부스에 필요한 요소들을 구체화 시켰다. 게임 속 일부 요소들을 현실공간에서 재현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것은 동일한 재료와 구축방식안에서 구현함으로써 전체적 맥락을 유지했다.









Game 1  |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개발자의 철학을 수 많은 미니게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디지털 KIOSK를 통해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두었다.

 ‘전자비석’이라고 명명한 3개의 KIOSK를 통해 개발자의 목소리를 듣는 공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공간은 개발자와의 소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였다.




Game 2  |  Centenntable

Centenntable은 조작이 무작위로 변하는 버튼을 눌러 플레이하는 격투게임이다. 100개의 버튼이 달린 컨트롤러는 개발자가 직접 제작했다. 공간 디자인의 핵심은 컨트롤러를 올려 놓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었다. 테이블은 수직 각재 사이에 각재를 수평으로 끼워 고정했고, 이는 공간 전체에 적용된 구축방식과 같은 맥락이었다.

알록달록한 100개의 버튼으로 만들어진 컨트롤러는 그것 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향후 10인용으로 개발되면 여러개의 컨트롤러가 사용될 모습을 상상하며 긴 테이블을 만들었다.




Game 3  |  Carpet Crawler CO-OP

 VR게임으로, 2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아이와 부모가 되어 즐기는 게임이다. 아이 역할의 플레이어는 VR장치를 쓰고 거실 바닥을 기어다니고 부모 역할의 플레이어는 화면을 보고 아이에게 행동을 지시한다. 우리는  VR속 공간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했다. 네모난 방을 만들고 바닥에 유아용 매트를 깔았다. 처음에는 문 크기 만큼만 비워놓은 사방이 막힌 방을 만들고자 했으나, 많은 사람들의 관람을 위해 한쪽 벽을 비워냈다. 

아이 역할의 플레이어는 루버벽으로 만들어진 방에 들어가 게임을 플레이한다

한쪽 벽을 비워낸 대신 기둥으로 사각형 공간을 구획하였다.




Game 4  |  eCheese Zone

eCheese Zone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치즈를 클릭해야만 게임이 시작되는 퍼즐게임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위치 선정이 제일 중요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가고, 가장 잘 모이는 주요 통로에 전시부스를 배치했다. 인접 부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관람객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참여형 게임이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부스를 설치하여 쉽게 모이고 흩어질 수 있게 했다.

전시동선의 배경이었던 부스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사람이 모여들어 중앙광장에 위치한 주인공이 된다.




Game 5  |  BestLuck

BestLuck게임에는 문이 많이 등장한다. 문을 순서대로 열어서 퍼즐을 맞추는 게임이다. OOI 측은 게임 속의 문을 현실에서 재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문을 달자는 의견까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각재를 이용하여 문틀을 여러 개 만들었다. 발자국을 따라 문틀을 통과하는 행위를 통해 게임부스에 도착하도록 디자인했다.

수직으로 설치된 각재를 활용하여 문을 형상화했다. 

4개의 문을 통과하면 마지막 문안에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다.




Game 6  |  Witchball

Witchball은 두가지 색의 캐릭터가 파이프를 따라 달려가면서 배구를 하는 게임이다. 파이프를 따라 달려가는 화면은 원근법이 강렬했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천장 루버를 이용하여 그 끝 지점에 전시부스를 만들고 두께가 있는 사각프레임을 만들었다. 게임에서 표현된 투시도적 요소가 가장 극명하게 느껴지도록 계획했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 캐릭터와 동일한 색깔의 옷을 입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  몸을 움직이며 게임을 즐긴다. 

투시도법을 살린 공간은 뒤에서 지켜보는 관람객들에게도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